6 유태인 가정에서 샤밧을

2020. 3. 12. 19:57이스라엘 성지순례

오늘 저녁부터 유태인 안식일인 샤밧Shabat이 시작됩니다. 

영어로는 싸밧Sabbat이라고 사용했는데, 현지 유태인들은 "샤밧"이라고 말합니다. 

히브리어의 S에 해당하는 문자 위에 붙이는 점이 오른쪽에 있으면 s, 왼쪽에 있으면 sh가 됩니다. 

 

며칠 전에 betzavta.me 라는 웹사이트에서 샤밧 식사 초대를 신청해 놓았더니, 오늘 예루살렘에 있는 가정에서 샤바트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었습니다. 

 

 

호스트 힐라Hila는 whatsapp을 통해 자기 가족을 간단히 소개하고, 집으로 오는 방법을 상세히 가르쳐주었습니다.

나중에는 남편이 길에서 아파트 입구를 찾아 들어오는 장면을 비디오로까지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금요일 오후 3시 정도부터는 대중교통 수단도 모두 중단됩니다. 

덕분에 택시를 처음 타봅니다.  

아파트는 예루살렘에서 20분 가량 남쪽에 있었습니다. 

지도를 보니, 웨스트 뱅크 자역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베들레헴과 상당히 가깝습니다. 

 

샤밧이 시작되면, 정통 유태인들이 하지 못하는 39가지의 행위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전기전자제품의 버튼을 누르는 것은 모두 금지됩니다. 

그래서 힐라는 오후 5시 이후 whatsapp이나 휴대폰 어떤 것으로도 연락하지 못하게 될꺼라고 미리 이야기합니다. 

아파트 건물도 열어줄 수 없다면서, 출입구 게이트의 비밀번호도 미리 알려주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샤밧기간 동안 모든 층마다 문이 열리도록 자동 운행됩니다.

그것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계단을 이용합니다. 

 

시간에 맞추어 그 집에 도착했고, 미리 알려준 대로 아파트에 들어섰습니다. 

초인종을 누르자 문을 열고 가족들이 모두 나타났습니다.  

부부와 네 자녀가 있다고 했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와 여동생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한국 역사에 대해서도 꽤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노인들이 그렇듯, 자기만의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것에 정신없습니다. 

힐라는 틈틈이 아버지의 그 긴 이야기들을 중단시키고 나를 배려하려고 애씁니다. 

한국이나 이스라엘이나 다름없습니다. 

노인들은 이야기하고, 중간 세대는 말리고, 아이들은 아무 것도 듣지 않습니다. 

자녀들은 한국 드라마와 k-pops에 대해 꽤 관심이 있습니다. 

 

식탁으로 가기 전, 그들은 거실에서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서로를 축복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해줍니다. 

긴 노래가 끝난 후에는, 거실 한 구석에 마련된 작은 세면대에서 모두 손을 씻습니다. 

통곡의 벽 한귀퉁이에도 있던 수도가의 큰 양재기와 거의 비슷한 것이 이 집 거실에도 있습니다.

양재기에 물을 담은 후 번갈아가며 양 손에 물을 붓습니다.

   

손 씻은 후부터는 와인을 따를 때까지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음, 음”하는 소리와 몸짓으로만 소통합니다. 

와인을 나누고, 기도문 같은 것을 읽은 후부터 식사를 시작합니다. 

식사는 평범해 보였습니다. 

처음엔 빵 덩이 2개와 후무스 종류의 찍어먹을 것들, 그리고 샐러드.

연장자인 할아버지가 빵을 뜯어 가족들과 나에게 나누어 줍니다. 

손님을 초대하고 빵과 후무스만 내어놓나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빵을 거의 먹은 후에 고기와 감자, 삶은 야채 등을 가지고 옵니다.  

거의 원료 그대로인 듯, 간이 약합니다. 소금만 소량 넣은 것같습니다. 

 

힐라는 이스라엘의 현재에 관해서 이야기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만도 살짝 섞습니다. 

큰딸은 자기가 다니는 예시바의 교육내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입학한지 5년 되었는데, 계속 더 다니게 될 꺼랍니다.

힐라는 오늘 오지 못한 큰 아들의 군복무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자연히 저도 우리나라의 군복무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자기가 떠나온 루마니아와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힐라는 그걸 또 중간에서 가로채고. 

텔아비브에서 주말을 보내려 온다는 힐라의 여동생은 폭스바겐 지사에서 일한다는데, 특히 한국 드라마에 대해서 꽤 많은 걸 알고 있었습니다. 

영화 기생충을 최근에 보았다면서 한국의 영화 수준을 칭찬하기도 합니다.  

작은 아들은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일본은 망가, 한국은 만화라고 달리 발음하는 것과 관련해서 애니메이션 자체에 있어 나라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어보는데, 딱히 대답해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일본 망가도 잘 모르고, 한국 만화도 잘 모르니. 

12살인 막내 딸은 시종 졸린 눈을 비비면서 어른들 식탁을 지키고 있다가, 간간이 싫다는 자기 의사만 분명하게 표시합니다. 

모두가 영어로 대화하기에 평소에도 영어로 대화하느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평소엔 히브리어를 쓰지만, 오늘은 손님이 있기 때문에 영어를 쓰는 거랍니다. 

그렇게 하는 것치고는 모두들 영어를 꽤 잘하는 편입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 가족들이 따뜻하게 배웅해줍니다.    

Betzavta는 “함께”라는 의미를 가진 아람어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합니다. 

이 사이트를 통해 현지인 가정에서 이렇게 식사한 것으로, 귀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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