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기쁨주기

2024. 1. 17. 12:26인생 여정

옛친구에게 연락해서, 그 친구의 집에 찾아갔습니다. 

그 친구는 사업에 실패해서 작은 빌라로 이사한데다, 뇌출혈로 몸의 왼쪽이 마비되었습니다. 

여러 달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이런 저런 일로 그 친구를 찾아간다는 걸 미루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저런 일"이란 건 다 제가 만든 핑계였습니다. 

우선순위가 밀렸다는 의미였고, 그건 마치 강도만나 길에 쓰러진 사람을 보고 멀찌기 피해간 제사장이나 바리새인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막상 그렇게 약속하고 가는 마음은 참 즐겁습니다.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가는 한시간 반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종로3가에서 갈아타는 김에, 종묘 건너편 좁은 골목 작은 국수집에 가서 비빔국수 하나를 먹었습니다. 

값싸고 맛도 좋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의 인상도 너무 좋고 친절합니다. 

 

친구 집 근처에서 내려, 시장에 들러 과일 한 상자를 샀습니다.

그 상자를 들고 골목골목을 찾아 언덕배기를 헤매었습니다. 

손도 시렵고, 힘들었습니다. 

 

친구는 집에 찾아온 저를 보고 기뻐합니다.

친구는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 끝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얼마나 많은 복을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아직 몸도 많이 힘들고, 상황도 좋지 않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참 성숙한 모습입니다. 

친구의 아내가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친구의 아내는 오랫동안 믿음 생활을 지켜온 기독교인입니다. 

 

저를 배웅하는 친구의 표정이 밝습니다.

와줘서 고맙다고, 친구의 카톡이 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퇴근길이어서 몹시 붐볐지만, 마음은 참 가벼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