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알마아타 도착
아침에 출발한 비행기 창으로는 계속하여 강렬한 햇빛이 쏟아졌다. 창밖으로 눈덮힌 산맥이 점점 가깝게 보이고, 꽤나 삭막해보이는 땅과, 이윽고 나무가 곳곳에 무성한 집동네가 보이다가, 비행기는 금방 착륙했다. 어둑어둑해지는 공항 활주로를 벗어나 어느 정도 달리던 비행기가 멈추어 서더니, 엔진뿐 아니라 전등까지도 모두 꺼졌다. 기내는 갑자기 깜깜한 찜통이 되어버렸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승객이 내리는 기색이 없다. 창문을 내다보니, 누군가가 경찰들의 호위 아래 꽃다발을 받으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 귀빈인 모양이다. 행사가 다 끝날 때까지 우리는 깜깜한 비행기 속에서 땀 범벅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한참만에야 비로소 비행기 출입구가 열렸다. 트랩을 내려오니, 유난히 험악할 얼굴을 한 경비병들이 극히 불량한 자세로..
2023.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