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예수님의 눈물

2020. 4. 4. 16:54이스라엘 성지순례

감람산(올리브산) 정상부근부터 올드시티 방면으로 내려오면서 방문하게 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승천기념교회(Church of Ascention), 주기도문교회(Pater Noster Church), 선지자 무덤(Tomb of Prophets), 그리고 눈물교회... 

오늘은 바로 이 눈물교회에 가봅니다. 

예수께서는 벳바게에서 나귀를 타고 감람산을 넘어 예루살렘으로 향하셨습니다.

그 길목에서 예루살렘을 바라보고 눈물을 흘리셨죠. (누가복음 19:41) 

"오늘 네가 평화의 길을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러나 지금은 이것이 너에게 감춰져 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눈물흘리신 겁니다. 

 

Dominus Flevit Church

그 눈물을 기념하며 지어진 교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눈물교회라고 번역합니다. 

 

6세기경에 세워진 작은 성당 자리 위에다가 1955년 안토니오 바를루치(Antonio Barluzzi)가 이 교회를 재건축했답니다.

강단 정면의 일부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예루살렘 올드시티 전경이 보입니다.

눈물교회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예배실 제단에 놓인 십자가입니다. 

바닥에는 스페이드 모양의 모자이크가 있는데, 그 위에서 강단에 놓인 십자가를 바라보면 그 십자가가 성분묘교회에 있는 골고다와 정확하게 맞추어진다고 합니다. 

저도 관광객에게 떠밀려가면서 그 포인트에서 급하게 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과녁을 맞추는 사람처럼 말이죠. 

 

 

아아... 그런데... 

그렇게 찍은 사진을 돌아와서 확인하니, 잘못 찍었습니다.

십자가를 골고다가 있는 성분묘교회(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회색지붕)에 맞추었어야 하는데, 바로 황금돔에 맞추어 찍은 겁니다. 

사람들에게 떠밀리면서 정작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황금돔의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 지붕에 혹했나 봅니다.

황금돔은 옛 성전이지만 모슬렘에 의해 이슬람 사원이 되어버린 곳입니다. 

 

그런데, 사진을 가만히 보니까 오히려 잘 찍었다는 생각이 들었니다.  

예수님이 이미 떠나가신 골고다와 텅빈 무덤은 기억하고 기념할 의미만 있는 거 아닐까요.

삶의 과녁은 오히리 성전, 하나님 나라를 상징하는 성전에 맞추는 게 낫지 않습니까.

 

죄(ἁμαρτία)란 '과녁을 잘못 맞추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은 우리들의 고질병인 죄를 벗어나는 것, 삶의 과녁을 정확하게 맞추며 사는 것에 중점이 있습니다.

 

사격을 잘하려면 꼭 해야 하는 게 있습니다. 

가늠자 - 가늠쇠 - 목표물을 일직선 상에 두는 겁니다.

 

목표물은 성전,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가늠쇠는 예수님의 십자가입니다.

그 분이 보여주신 삶의 모본, 그 사랑과 희생의 샘플은 하나님의 나라를 향하여 조준하는 가늠쇠입니다. 

성경말씀은 가늠자입니다.

 

성경말씀 - 십자가 - 성전 

이것을 일직선 상에 잘 맞추면 일단 "정조준"에 성공한 겁니다.  

성경말씀을 예수님의 삶에 잘 맞추고, 하나님 나라를 향하는 게 정조준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그걸로 끝나는 건 아닙니다.

이제 방아쇠를 당겨 총을 쏘아야 합니다. 그래야 과녁을 맞추죠. 

방아쇠는 믿음입니다. 

총알은 내 삶 전체입니다.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는데, 호흡할 때마다 조준이 계속 흔들립니다.

그렇다고 숨을 쉬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그대로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을 목표물에 정확히 맞출 수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수시로 일어나는 욕심과 미움과 교만과 나태함, 그런 여러가지로 인해서, 나의 조준은 자꾸만 흔들립니다. 

호흡을 멈추고 흔들림이 없게 하여 정조준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기도입니다.

 

성경말씀-십자가-성전 이것을 정확히 일치시킨 후, 기도함으로써 나의 흔들림을 멈추고, 믿음의 손가락으로 가만히 방아쇠를 당겨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내 삶 전체를 담은 총알이 하나님의 나라에 정확하게 도달할 있습니다

 

삶 (총알) - 믿음 (방아쇠) - 말씀 (가늠쇠) - 예수 그리스도 (가늠자) - 성전 (목표물)

빵야! 

 

여기까지 쓰다보니 막 흥분됩니다.

정말 그럴듯한 생각이거든요.

흠...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너무 멋대로 생각했다가 이단교주처럼 정상적인 신앙생활을 왜곡하는 일이 생길까 두렵습니다.

 

눈물교회를 나오다가 마당에 심어진 싯딤나무를 보았습니다.

이런 거구나. 

예수님의 가시면류관을 만들었다는 싯딤나무의 가시입니다. 

정말 날카롭고 깁니다. 

 

싯딤나무 아래에는 작은 그늘이 있었습니다.  

거기 앉아 고백합니다. 

- 나는 이 가시를 닮았습니다. 

- 수없이 주님의 마음을 찔렀습니다. 

- 이웃을 향한 나쁜 생각과 말로, 주님을 아프게 했습니다. 

- 그래서 주님을 피흘리게 했습니다.

내가 아프게 했던 사람들, 아내, 아들, 부모, 형제, 친구들을 하나 하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숨만 나옵니다. 

그걸 이제 와서 어떻게 해요. 

 

갑자기 예루살렘 성을 보며 눈물 흘리셨던 예수님이 뒤에서 안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눈에 맺혔던 눈물 한 방울이 제 어깨에 똑,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맞아. 하지만 지금부터 잘해 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느낌 속에서, 싯딤나무 그늘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 승천기념교회 (Chapel of the Ascention)  (0) 2020.05.22
11 베드로 통곡교회  (0) 2020.04.26
9 벳바게, 무화과의 집  (0) 2020.04.04
8 비아 돌로로사  (0) 2020.03.21
7 마가의 다락방  (0) 2020.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