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승천기념교회 (Chapel of the Ascention)

2020. 5. 22. 21:54이스라엘 성지순례

벳바게교회를 나와서 감람산 방면으로 갑니다.  

만만찮은 올리막 길입니다.

5분 정도 걸었을까. 

땀이 나고, 웃옷을 벗고, 잠깐 쉴까 하는 생각까지 미쳤을 때, 벳바게까지 오는 아랍버스에서 운전기사가 마지막에 내게 던진 말이 생각납니다. 

"감람산으로 갈 땐 버스를 타는게 좋을꺼야.”

 

하지만, 어차피 지난 일. 

천천히 걸으면서, 그 옛날 벳바게에서 예루살렘 성으로 올라가시던 그 때 예수님의 마음을 묵상해보기로 했습니다. 

베다니부터 벳바게에 이르는 이 가난한 동네,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여기서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셨던 예수님의 숨결을 느껴보았습니다. 

멀지 않아보였는데, 경사진 오르막길을 20분 가량 꼬박 걸었습니다. 

감람산 정상까지 오르자, 온 몸에 땀이 흠뻑 났습니다. 

 

먼저 마주친 곳은 승천기념교회 (Chapel of the Ascention). 

처음 든 느낌은, "생각보다 너무나 보잘것 없다"는 것입니다. . 

터는 널찍하게 잡았지만, 정작 건물은 팔각형의 자그마한 오두막집 같이 생겼습니다. 

이 건물은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세인트 헬레나가 시작하여, 부자 신도였던 포이메니아가 자금을 대어 만든 장소라 합니다.

이후 이슬람의 정복 시대를 거치는 복잡한 역사를 지내고, 지금은 예루살렘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이슬람 사원으로 유지되고 있는, 참 복잡하고 미묘한 곳입니다.

 

입구로 들어가니 아랍상인이 입장료를 요구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좁은 건물 안에 기념품을 파는 판매대를 놓고 있습니다. 

 

내부 앞쪽 바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만져 맨들맨들해진 돌이 있습니다.

 

약간 움푹 패여있습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실 때 밟은 오른쪽 발자국이라고 합니다. 

 

숨도 고를 겸, 땀도 식힐 겸, 기념품 판매대 옆에 놓은 조그만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습니다. 

조금 있으니 관광객 한 무리가 들어옵니다. 

아랍상인은 내부 공간을 넓히기 위해 기념품 판매대를 끌고 나가 마당에 내어놓습니다. 

 

저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조그만 회당 입구를 정면에서 마주보고 앉아 있구요.

그러니, 이 곳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모두 저부터 쳐다봅니다. 

“이 사람이 뭔가...”부터 생각하는 것같습니다. 

아마도 이 동양인과 예수님 승천과의 관계를 우선 생각해 봤을껍니다.

신약 성경에 예수님 승천 당시 동양인이 있었던 귀절을 혹시 까먹은 거 아닐까 더듬어 봤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그리스 정교 복장처럼 보이는 신부들과 함께 들어와 한바탕 찬양을 하고 의식을 치릅니다. 

카리스마가 강해 보이는 성직자 한 분이 간단한 예배의식을 주도합니다. 

 

예배가 끝난 후, 순례객들은 각자 예수님의 발자국을 한번씩 만지면서 기도를 합니다.

그리고 기념촬영들을 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왔는가고 물었더니 이디오피아에서 왔다고 합니다.  

모두들 눈이 참 착하게 생겼습니다.  

그 중에서도 더 착한 눈을 가진 중년 남자가 아내를 붙들고 여러가지 포즈를 취하게 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줍니다. 

애처가는 어딜 가나 딱 보이죠. 

 

승천기념교회.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그 발자국이 있는 곳은 이슬람 사원이 되어버렸습니다. 

남겨진 그 분의 발자국 하나가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을겁니다.  

승천하셨는데. 

하지만, 내 마음 속에 이미 새겨진 그 분의 발자국을 여기서 다시 되새긴다는 것만으로, 이 교회의 방문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디오피아 순례객들이 떠나간 후, 저도 그 돌멩이 발자국을 살며시 만져 보았습니다.

제 가슴 속에 새겨진 발자국을 만져보듯이.

 

*** 

승천기념교회를 나와, 정작 pater noster에 가는 걸 깜빡 잊고 올드시티 방면으로 가는 내리막길에 들어섰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pater noster의 안내판이 너무 작아서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더군요. 

아차하고 지도를 보니, 되돌이켜 올라가기에는 이미 너무 내려왔습니다

후회가 막심합니다. 

- 나중에 다시 오게 되겠지. 

나홀로 여행자에게는 마음 먹기에 따라 “다시 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아마도 승천교회에서 내려오다가 예루살렘 올드시티 전경이 잘 보이는 위치를 발견하고 그 전경에 혹했나봅니다. 

사실, 황금돔을 중심으로 하는 예루살렘 전경을 바라보기에는 이 곳이 최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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