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텔아비브 (1)

2020. 7. 31. 00:13이스라엘 성지순례

텔아비브에 도착했습니다. 

텔아비브는 이스라엘의 수도지만, 새로 만들어진 현대적 도시일 뿐 성경적 의미는 찾기 어렵습니다.

텔아비브의 정식 명칭도 "텔아비브 욥바 (Tel Aviv - Yafo)" 입니다. 

여기서 가볼만한 곳은 아무래도 욥바일 수밖에 없습니다.  

욥바는 정말 역사가 오래된 도시이며, 지금도 참 예쁜 곳입니다.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해지기 전에 우선 서둘러 욥바에 갑니다. 

욥바, Jaffa. 

“아름답다”는 의미의 히브리어 yafat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도시명이라고 합니다. 

(예루살렘 성의 욥바 게이트(Jaffa Gate)는 바로 이 욥바로 가는 방향에 있는 문이라서 그렇게 이름붙여졌다는군요)

 

욥바로 가는 버스는 중간중간 지중해변길을 끼고 돕니다. 

지중해의 파도가 엄청나게 심합니다. 

그 파도를 타고 서핑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텔아비브 시내가 보입니다.

***

욥바가 성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두 가지 중요한 사건 때문입니다. 

 

하나는 요나가 다시스로 가기 위해 배를 탄 곳이죠. (요나서 1장)

니느웨에 가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피해, 반대 방향인 다시스라는 곳으로 멀리 도망치려 한 곳입니다. 

그러나 요나는 배를 타고가다가 물고기에게 먹히고, 결국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게 됩니다.  

요나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이방인인 니느웨 사람들에게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게 된, 그 변화의 장소가 바로 욥바였습니다. 

  

또 하나는 베드로가 환상을 본 곳입니다. (사도행전 10장)

베드로는 이 곳 욥바에 있는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서 환상을 보고,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속된 것이라고 하지 말라"는 음성을 듣습니다. 

그리고 이방인이자 로마군인인 고넬료에게 말씀을 전합니다. 

베드로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이방인들에게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게 된, 그 변화의 장소가 바로 욥바였습니다. 

  

욥바는 하나님께서 두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킨 곳이 되었고, 그 점에서 두 사건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

구 욥바(Old Jaffa)의 골목길과 건물들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요나도 다시스로 가는 배편을 구하려고 욥바의 오래된 골목길을 서성거렸을 겁니다. 

지금도 욥바 항구에는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습니다. 

골목과 건물의 벽들이 오랜 세월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 것같습니다.   

 

골목길을 쏘다니다 보니 배가 고파졌습니다. 

이름난 식당들은 이미 만석이라서, 해변가 한적한 식당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2월인데도, 테라스 식탁에 앉아 식사하기에 딱 좋은 날씨입니다. 

항구에 늘어선 선박들 사이로 해가 집니다. 

피쉬앤칩스와 생맥주 한잔을 주문했습니다. 

석양을 바라보며, 생선튀김 하나, 감자튀김 하나, 그리고 맥주 한 모금... 

시원한 weissbier 한 모금이 마음까지 달래줍니다. 

선선히 불어오는 지중해 바람을 맞으며 먹는 생선튀김은 또 얼마나 맛있는지요. 

일주일간 예루살렘에서 고생한 제 몸에게, 이렇게 휴식의 선물을 줍니다.

 

***

테라스 식탁에 앉아 있다가, 문득 선지자 요나의 마음을 되짚어 봅니다. 

요나는 여기서 니느웨와 반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탔습니다. 

그가 배를 탄 것은 바로 내가 앉아있는 이 지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때 그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 너희들은 곧 멸망한다면서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봤자 코웃음만 칠 것이 뻔한 니느웨 사람들. 

- 그래서 회개하지도 않을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느라고 죽을 고생만 하고, 결국엔 헛된 결과만 얻고 말 것이 분명한 길. 

- 설사 혹시라도 그들이 회개한다면, 멸망할꺼라는 내 말은 송두리째 거짓말이 되고 말, 그런 허망한 길. 

어떤 결과가 되어도 허망한 그런 길을 가느니, 차라리 정반대의 길을 가겠다고 생각했나봅니다. 

 

저도 생각해 봅니다.

- 내가 열심히 준비하여 전하는 메시지를, 사람들은 정말 가슴 깊이 듣고 있을까. 

- 그것으로 인해 변화하는 사람들도 정말 있을까. 

- 그저 주일 예배에서 습관처럼 듣고 가는, 그리고 예배가 끝날 무렵이 되면 핵심 내용조차 잊혀지는, 그런 메시지는 아닐까. 

- 판에 박힌 수많은 메시지 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는, 그런 메시지는 아닐까. 

- 나는 헛된 열심만 부리고 있는 거 아닐까. 

- 나중에, 나의 사역이 허망한 길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는 않을까.  

어느 덧, 저 역시 “자신”만을 생각하는 본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욥바에서, 제 생각도 정말 바뀌어야 할텐데요. 

- 가라는 길을 가야겠지.

- 내가 드러나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

-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뜻대로 하시겠지. 

 

앞으로는, 메시지 하나 하나를 제 삶의 <마지막 설교>처럼 준비해야겠습니다. 

물고기 뱃속같은 흑암에서 살아나 덤으로 주어질 앞으로의 인생에서는, 더욱 그래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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