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떠나는 여행, 찾아가는 여행

2020. 3. 10. 09:43이스라엘 성지순례

예루살렘, 올드시티

여행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떠나는 여행”과 “찾아가는 여행”. 

 

“떠나는 여행”은 현재의 상태로부터 “떠나는” 겁니다.   

여름 휴가철에 바닷가로 가는 여행이 그런 거죠.   

사실 꼭 바다를 찾아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산으로 가도 되고, 계곡으로 가도 됩니다. 

떠나기만 하면 되니까.  

 

그래서 떠나는 여행은 “탈출”입니다. 

내게 덜레덜레 붙어 있던 것들을 몽땅 내버려두고 빠져나가는 방법입니다.

그것은 껍데기만 남은채 지쳐가던 내 감옥으로부터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떠나는 여행은 “비움”입니다. 

떠나는 여행을 위해서는 준비를 많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능한 한 충동적으로 가면 됩니다. 

갑자기 몸만 훌쩍 떠나는 게 더 바람직합니다.  

내게 붙어있던 것이 나 자신의 일부였다는 착각을 버리게 합니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비움을 통해, 비로소 일상의 삶 속에서 행복해지는 비법을 알게 됩니다.  

 

떠나는 여행은 “자유”입니다. 

바닷가에 갔지만 바닷물 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호텔에서 며칠 동안 자고 먹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여행이 됩니다. 

이미 떠나온 순간에 이 여행의 목적은 완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떠나는 여행의 묘미죠. 

 

그래서 사실, 떠나는 여행은 “죽음의 연습”입니다.   

언젠가 영원히 떠나는 그 여행을 연습하는 방법입니다.

오늘 내가 누군가에 대한 미움 속에서 괴로와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나 혼자 만들었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도 됩니다. 

오늘로부터 탈출하여 내게 달려 있던 모든 것을 비우고 자유를 향하여 가는 것, 그 영원한 죽음을 잠깐 연습하는 것이, 바로 떠나는 여행이 아닐까요.  

 

하지만, 우리들이 제일 많이 하는 여행은 아직도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유명한 도시, 웅장한 자연, 의미있는 유적지, 박물관 등등… 

거기서는 역사를 만나기도 하고, 지식을 얻기도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를 만나기도 하죠.  

그렇게, 찾아가는 여행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무언가를 찾는 여행입니다. 

 

찾아가는 여행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모처럼 찾아갔는데 문을 닫아 허탕을 치거나, 어딘지 몰라 찾는 데 어려움을 당하거나, 막상 가서도 찾아간 의미를 기억하지 못하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준비가 충분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여행은 전형적으로 “찾아가는 여행”인 듯했습니다. 

출발하기 1년전부터 돈도 모으고, 관련된 책을 읽고, 루트를 만들어보고, 여행정보와 생활정보까지 얻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이스라엘을 여행한 사람들도 만나 조언을 얻었습니다. 

혹시 써먹을 일이 있을까 하여, 이스라엘 문화원을 들락이며 현대 히브리어도 조금 배워보았습니다.

마침 시기적절한 구약 통독 성경공부반은, 여행 준비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1년 가량을 준비하는 동안 여러가지 질문도 생겨났습니다. 

이 여행을 통해서, 내가 정말로 찾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내가 찾을 수 있고, 찾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출국 날짜가 다가오면서, 그 의문이 더 강해져갔습니다.

이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부터가 무엇엔가 홀린 것같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행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여행은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떠나는 여행"에 훨씬 더 가까운 것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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