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통곡의 벽과 청개구리

2020. 3. 10. 18:58이스라엘 성지순례

Western Wall.

사진으로 너무나 많이 봐왔던 곳입니다. 

올드시티 중에서도 매우 낮은 곳에 있습니다. 

유태인 구역에서 Western Wall을 가려면 내리막 계단을 꽤나 내려가야 합니다. 

가방까지 검사하는 철창 검문소도 통과해야 합니다. 

 

예루살렘 성벽 중에 남아 있는 서쪽 벽 앞에서, 유태인들은 몸을 흔들며 애타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무너져 버린 성벽을 애곡하는 의식이, 그들에게는 어느 덧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통곡의 벽Wailing Wall이라고도 합니다. 

분위기가 참 오묘합니다. 

왠지 저도 따라 울어야 할 것같은 느낌도 듭니다. 

 

벽 앞에서 애타게 기도하는 유태인들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비가 오면 운다는 청개구리가 생각났습니다. 

늘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반대로만 행동하는 아들 청개구리. 

엄마는 자기가 죽으면 강변에 묻으라고 자식에게 유언을 남겼죠. 

자식이 평소 하던 것처럼 반대로 산 위에 묻을 것을 기대한 겁니다.     

그러나 아들 청개구리는 마지막으로 그 유언에 따라, 엄마를 강변에 묻었습니다. 

그래서 청개구리는 비가 올때마다 운다고 합니다.

 

청개구리는 엄마의 무덤이 떠내려갈까봐 우는 걸까요.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살았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며 우는 걸까요, 

평생 말을 듣지 않은 자식을 두고 끝내 죽어간 엄마가 불쌍해서 우는 걸까요. 

아니면, 그런 엄마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우는 걸까요. 

 

 

예수께서는 예루살렘 성이 돌 하나라도 남기지 않고 무너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벽 자체보다는 하나님의 성전이,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성이 핵심일 겁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무너진 것이야말로 더 심각하게 통곡할 일입니다. 

그들은 무너진 성벽 때문에 통곡할까요. 

무너진 하나님과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통곡할까요.

성벽이 무너지도록 회개하지 않는 백성을 둔 그 하나님이 불쌍해서 통곡할까요. 

 

통곡의 벽 뒷쪽에는 몇개의 작은 벤치들이 있었습니다. 

그 벤치에 앉아서 유태인들의 통곡을 생각하다가, 나도 어느덧 마른 통곡을 하고 말았습니다. 

 

- 나는 청개구리나 유태인들만 못한 삶을 살았구나. 

- 그들은 통곡할 줄이라도 알지.

- 지금까지 나는 통곡할 줄도 모르며 살았다. 

 

하나님이 함께 하지 않으실 것같은 일을 외롭게 하면서도, 나는 울지 않았거든요. 

하나님이 함께 하지 않으실 것같은 슬픈 순간에도, 나는 울지 않았습니다. 

유치하고 덧없는 것들을 성취하려고 하면서, 나는 울지 않으려 하며 살았습니다.  

   

붉은 저녁 노을이 통곡의 벽 전체를 물들이고, 그 노을이 내 눈을 벌겋게 물들일 때까지,

나는 그 벤치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자유여행자를 위한 팁> 

올드시티 유태인 지역을 돌다가 통곡의 벽으로 내려간 후에는 다시 쟈파 게이트 쪽으로 힘들여 올라갈 필요가 없습니다. 통곡의 벽 남쪽 문을 통해 Dung Gate 방향으로 가면, 입구에서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 시내나 다른 게이트로 가는 버스입니다. 물론 이 버스는 샤밧 기간 동안에는 운행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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