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99년, 단기선교여행을 떠나기 전에

2023. 3. 15. 18:55카자흐스탄 1999

1999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기도하는 가운데 세운 연간계획 중에는 약간 색다른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은 "올해 여름에는 쉬거나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휴가를 사용하지 말 것"이었다. 

나중에 뭔가 적절한 계획이 생길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왠지 주님께서 준비하신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조금 있었기 때문이다. 

몇달 후, 교회에서 단기선교 스케쥴이 발표되었을 때, 나는 "이게 바로 나를 위해 준비하신 과제구나"라는 걸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시기를 즈음하여, 매스컴에 보도된 북한 어린이들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 유난히 가슴 아팠다.

압록강변 중국 시장 바닥에서 땅에 떨어진 국수가락을 집어먹는 일명 "꽃제비" 어린이들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며칠 동안 눈물지으며 지냈다. 

그 후부터 가슴 속 깊은 곳에 항상 계속되는 어떤 "흐느낌"을 간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북한 땅에의 복음 전파에 대한 관심을 깊이 가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피난민의 자식으로서, 크리스챤으로서, 법조인으로서, 이렇게 자라난 나의 삶을 연관시켜 보면서, 나를 향한 주님의 뜻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를 늘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또한, 이 상황에서 주어진 단기선교의 기회는 내가 받아들여야할 매우 당연한 것으로 느껴졌다. 

 

언제부턴가, 나는 어떤 작은 믿음의 원칙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주님께서 정하시는 적절한 때에, 주님은 내게 어떤 과제를 하나씩 주시는데, 나는 그 때 주어시는 한 개의 과제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것이다.

주님께서 가지신 원대한 계획 전체를 알려고 할 필요도 없고, 더구나 나는 그것을 알만한 "그릇"도 아니라는 생각이 늘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님께서 종종 내게 해오시던 방법처럼, 이번 단기선교의 기회는 주님께서 순서대로 오직 하나씩만 준비해주시는 그런 것들 중의 일부라고 믿어졌다. 

 

어쨋든,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는 여름휴가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 내게 주어진 환경에 의하여 선교의 경험과 도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 마침 교회에서 단기선교 프로그램이 제시된 것, 가까이 지내던 김기  목사님이 카자흐스탄을 추천해주신 것 등등을 고려할 때, 답은 딱 하나였다.

카자흐스탄 단기선교. 

 

이 여행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전혀 모르는 것도, 참 기대되는 일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상을 그저 구경이나 하고 돌아오는 것인지, 선교사들의 어려움을 엿보고 오게 될 것인지, 그 여행 가운데 새롭게 일어나는 하나님의 역사를 목격하게 될 것인지, 내가 미래에 해야할 중대한 역할을 발견하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다.

어쩌면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일단 따라간 후에, 주님께서 그 다음 또 한 개의 기막힌 과제를 주실 것만을 알고 있다. 

 

언제든지, 어떤 것이든지, 주님의 계획에 필요한 역할을 적절히 할 수 있게 되기만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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