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위구르 가정의 저녁식사

2023. 3. 16. 13:40카자흐스탄 1999

저녁에는 크라스나폴라의 기독교인 3명 중 한분인 리따 헤데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헤데"는 위구르말로 "아주머니"라는 뜻이다. 

웃으면 커다란 앞니의 금니가 모두 드러나고, 농담을 좋아하며 목소리가 큰, 여장부 스타일이다. 

카자흐인들과 달리 좌식문화를 가진 그들은, 손님이 오면 방바닥에 식탁보를 깔고 식탁을 차린다. 

 

리따 헤데는 가지피망 볶음, 양배추무침, (한국사람들이 좋아한다 하여 준비한) 샐러드, 위구르 전통 빵인 "난"과 쵸콜렛 과자 등을 내어놓았다. 

식사를 하는 동안 주인이 사발에 홍차와 유사한 "차이"를 따라 돌리면, 맨 안쪽에 앉은 연장자에게까지 손에서 손으로 사발을 옮기고, 찻사발이 빌때마다 다시 채워준다. 

서너시간 이상 섭씨 36도의 땡볕에서 걸었던지라, 차이는 물론, 모든 음식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노래를 불러야 다음 요리를 내어 놓겠다는 리따 헤데의 말에, 우리는 찬양 몇곡을 불렀다. 

찬양하는 동안, 리따 헤데와 아주머니들은 먹던 그릇들은 물론 식탁보마저 모두 치우더니, 다시 새로운 식탁보를 깐다. 

이번에는 푸짐한 위구르 국수 "라그만"이 한 사람 앞에 한 그릇씩 주어졌다. 

라그만은 일종의 비빔국수와 같은데 면과 소스가 내 입맛에 익숙하고도 좋다.

국수라면 무조건 환장하는 나는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기억이 생생하다.

 

아울러 귀한 손님에게만 대접한다는 "에껜차이"라는 차가 나왔다. 

에껜차이는 우유를 혼합한 거니까, 그야말로 밀크티다.  

국수도 가장 빨리 잘 먹고, 에껜차이도 좋아라 마셨더니, 리따 헤데는 내 에껜차이에 유지방을 띄워준다. 

유지방을 차이 위에 띄워주는 건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그들의 관습이란다.

조금은 느끼했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고소한 맛이 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 우리는 위구르의 춤을 배워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리따 헤데의 집은 시멘트 블록으로 지은, 크라스나폴라에서 흔히 보이는 집이었다. 

집채와 멀리 떨어진 화장실은 우리의 엿날처럼 자유낙하식이었고, 또 다른 귀퉁이에는 숯과 나무조각들을 모아 두는 조그만 헛간이 있었다. 

뜰이 있지만 잡초가 무성하여 아무도 돌보지 않은 것 같았다. 

마당의 수도꼭지나 아궁이 등은 어릴 적 우리네의 집과 거의 흡사했다. 

지붕은 한쪽으로만 경사지게 만들고 다른 한쪽에는 통풍구를 내었다. 

 

우리 팀의 막내인 김경진 형제는 위구르 어린이와 특히 잘 놀아 주었다. 

헤어질 때 김경진 형제를 놓아주지 않으려고 하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그들이 갈급해하는 사랑에의 본능적 열망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가난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기쁘게 보내는 그들을 보면서, 또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가슴으로 부르는 그들을 보면서, 이들에게 분명히 소망이 있고 이들을 위한 주님의 계획이 분명히 있을 꺼라고 생각했다. 

 

크라스나폴라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석양이 지평을 넘어가는 저녁 10시경이었다. 

크라스나폴라의 하늘은 불타는 듯한 노을로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곧 주님이 질러 놓으신 성령의 불길이 이제 크라스나폴라를 뒤덮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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