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바라홀까 시장

2023. 3. 16. 14:04카자흐스탄 1999

셋째날, 개인 QT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땅에 나를 데려오신 것,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미흐리굴과 영적 교제를 나누고 그녀의 사역을 직접 보고 느끼게 하신 것, 그녀가 뿌리고 있는 믿음의 씨앗을 보면서 나의 신앙까지도 돌이켜 보게 하신 것, 또 나의 교만과 모든 내 문제의 사치스러움을 깨닫게 하신 것, 이 땅과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하는 영광을 허용하신 것, 모든 것이 감사한 아침이다.   

 

아침 식사후, 미흐리굴은 러시아어 및 아랍어로 된 성경 및 책자를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다. 

위구르 문자가 따로 없기 때문에, 위구르인들은 러시아 문자나 아랍문자를 빌려서 자기들의 언어를 표시한다고 한다. 

아직 성경 전부를 위구르 언어로 번역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성경(그들의 말로 "인질"이라고 한다)은 사복음서와 모세오경 중 몇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는 각자 위구르어 성경 및 책자와 찬양테이프를 망캐기에 넣어 메고, 바라홀까를 향하는 버스를 탔다.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엄두조차 안날 정도로 철저하게 낡은 버스였다. 

 

바라홀까는 중앙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인데, 대략 사방 1km 정도 되는 지역에 콘테이너를 다닥다닥 붙여 수많은 점포를 만든 곳이다. 

모든 점포를 다 구경하려면 며칠 걸려야 된다고 한다. 

실크로드의 요충지 중 하나인 셈이다.

그래서 바라홀까는 중앙 아시아에 오가는 다양한 인종들의 전시장이기도 하다.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이상한 그릇을 들고 수상쩍은 눈길을 주고받으면서 뛰어다니는 인도인 점쟁이 여자도 있다. 

낡아빠진 체중계 하나 갖다 놓고 몸무게를 재주면서 10땡게(1땡게는 한화로 10원 정도)씩 받는 카작 할머니,

희뿌연 살결에 화장까지 진하게 한 채 교만한 표정으로 모피가게를 지키고 있는 러시아 여자,

만두같기도 하고 샌드위치 같기도 한 먹음직스런 요리를 만들고 있는 위구르 식당주인,

반짝이는 눈으로 우리를 계속 지켜보다가 끝내는 "서울에서 왔음매?"하고 묻는 고려인도 있었다. 

그 다양한 사람들은 이루 형용할 수 없다. 

 

우리는 팀을 반으로 나눈 뒤 돌아다이며 책을 팔기 시작했다. 

"쿠다 키탑~"

하나님의 책이라는 뜻이다. 

이곳에도 위구르인들이 많은데, 우리의 역할은 위구르인들을 찾아다니며 성경을 팔거나 주는 것이었다. 

인종 까막눈이라 누가 러시아인인지 카작인인지 위구르인인지 구별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생전 처음 해보는 가두판매를 그것도 생소한 외국어로 하는 것은 더구나 힘든 일이었다. 

 

우리는 "기타이스키(중국인)"로 인식하는 듯하면 굳이 "까레아스키(한국인)"임을 밝히는 것, "비블리오"나 "키리스탄"과 같은 말이 나오면 우리는 그런 러시아 정교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 등, 여러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인질"이나 "쿠다 키탑"이 사실 "비블리오"와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러시아인의 "비블리오"와는 다르다고 알리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도 되는지는 좀 의문이었다.

미흐리굴의 말에 의하면ㅡ 문자를 읽지 못하는 이들은 종종 아랍어 성경을 코란으로 알고 사서 집안에 모셔두고 그 앞에서 알라신에게 기도하기도 한단다. 알라신이 실제로 있어서 이걸 알게 되었다면, 얼마나 섭섭해할까. 

그렇게 잘못 아는 사람에게도 아랍어 성경을 팔거나 주어야 할까 하는 의문도 생겼지만, 그건 일단 귀국후 생각할 숙제로 남겨두기로 했다. 

 

서너시간을 시장에서 돌아다녔지만, 책은 거의 팔지 못하고 팔에 낀 망태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한두시간 가량 바라홀까 시장을 편하게 돌아볼 계획이었다.

알마아타에 도착하여 거의 처음으로 주어지는 자유시간, 일종의 쇼핑타임(살만한 건 하나도 없지만)인 셈이다. 

 

그러나, 이 알량한 자유시간 계획은 점심식사후 시장을 다시 들어서는 순간 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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