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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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착 - 나그네의 마음
출발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국내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모두들 서서히 걱정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홍콩 공항에서 경유하는 3시간 동안에도 가급적 외딴 자리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여행중 고생할까봐. 홍콩부터 텔아비브까지도 시간이 참 많이 걸립니다. 좌석이 더 좁고 답답하지만, 직행을 탈껄 그랬나 싶습니다.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한 것은 아파트 문을 나선 후 거의 20시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이스라엘 공항은 입국심사시에도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나홀로 여행객, 그 중에서도 남자에게는 질문이 많고, 심지어 가방 수색도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입국심사대를 앞에 두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무슨 꼴을 당하더라도 하나..
2020.03.11 -
12 통곡의 벽과 청개구리
Western Wall. 사진으로 너무나 많이 봐왔던 곳입니다. 올드시티 중에서도 매우 낮은 곳에 있습니다. 유태인 구역에서 Western Wall을 가려면 내리막 계단을 꽤나 내려가야 합니다. 가방까지 검사하는 철창 검문소도 통과해야 합니다. 예루살렘 성벽 중에 남아 있는 서쪽 벽 앞에서, 유태인들은 몸을 흔들며 애타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무너져 버린 성벽을 애곡하는 의식이, 그들에게는 어느 덧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통곡의 벽Wailing Wall이라고도 합니다. 분위기가 참 오묘합니다. 왠지 저도 따라 울어야 할 것같은 느낌도 듭니다. 벽 앞에서 애타게 기도하는 유태인들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비가 오면 운다는 청개구리가 생각났습니다. 늘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반대로만 행동하는..
2020.03.10 -
2 여행 준비
한달간 이스라엘 전역의 성지를 중심으로 혼자 돌아다녔습니다. 이스라엘 여행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필요한 여행 정보(숙소, 교통, 물가 등)가 다른 여행지에 비해 풍부하지 않은 편입니다. 특히 나홀로 여행자를 위한 정보는 더욱 부족했습니다. 패키지 여행이 많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래서 이 여행의 준비에 특히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먼저 성경에서 언급된 장소 중 현재 갈 수 있는 구체적인 장소를 정해야 했습니다. 발굴되어 위치가 확인된 곳, 그리고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예컨대, 서안지구West Bank중에서도 일부 지역은 피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래서, 세겜이나 벧엘과 같이 성경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곳도 이번 여행에서는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여행 일정을 만들기 위해서 각..
2020.03.10 -
1 떠나는 여행, 찾아가는 여행
여행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떠나는 여행”과 “찾아가는 여행”. “떠나는 여행”은 현재의 상태로부터 “떠나는” 겁니다. 여름 휴가철에 바닷가로 가는 여행이 그런 거죠. 사실 꼭 바다를 찾아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산으로 가도 되고, 계곡으로 가도 됩니다. 떠나기만 하면 되니까. 그래서 떠나는 여행은 “탈출”입니다. 내게 덜레덜레 붙어 있던 것들을 몽땅 내버려두고 빠져나가는 방법입니다. 그것은 껍데기만 남은채 지쳐가던 내 감옥으로부터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떠나는 여행은 “비움”입니다. 떠나는 여행을 위해서는 준비를 많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능한 한 충동적으로 가면 됩니다. 갑자기 몸만 훌쩍 떠나는 게 더 바람직합니다. 내게 붙어있던 것이 나 자신의 일부였다는 착각을 버리게 합니다. 아무 것도 걸..
202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