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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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베데스다 못
라이온 게이트(Lion Gate)에 갑니다. 올드시티의 북동쪽에 있는 성문입니다. 이 게이트에서 밖으로 나와 키드론 계곡을 건너면 감람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옵니다. 물론 이 게이트에서 출발하여 키드론 계곡을 지나 감람산 꼭대기까지 가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지도로 보면 가까와 보이는데, 막상 가보면 그렇게 올라갈 엄두가 안날껍니다. 라이온 게이트에서 성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게이트는 자동차 한대가 빠듯하게 지나갈 정도의 넓이입니다. 마침 트럭 한대가 게이트를 지나가는데, 팔레스타인인 듯한 운전기사가 저를 보고 마스크 쓰는 시늉을 하며 웃습니다. 무슨 의미의 웃음인지 짐작이 갑니다. “너, 중국인이잖아. 코로나 바이러스 덩어리. 그러니까 마스크 써야지.” 이런 메시지인 모양입니다. 그저 함께..
2020.03.14 -
6 유태인 가정에서 샤밧을
오늘 저녁부터 유태인 안식일인 샤밧Shabat이 시작됩니다. 영어로는 싸밧Sabbat이라고 사용했는데, 현지 유태인들은 "샤밧"이라고 말합니다. 히브리어의 S에 해당하는 문자 위에 붙이는 점이 오른쪽에 있으면 s, 왼쪽에 있으면 sh가 됩니다. 며칠 전에 betzavta.me 라는 웹사이트에서 샤밧 식사 초대를 신청해 놓았더니, 오늘 예루살렘에 있는 가정에서 샤바트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었습니다. 호스트 힐라Hila는 whatsapp을 통해 자기 가족을 간단히 소개하고, 집으로 오는 방법을 상세히 가르쳐주었습니다. 나중에는 남편이 길에서 아파트 입구를 찾아 들어오는 장면을 비디오로까지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금요일 오후 3시 정도부터는 대중교통 수단도 모두 중단됩니다. 덕분에 택시를 처음 타봅니다..
2020.03.12 -
5 다마스커스 게이트
예루살렘 도착 첫 날.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다마스커스 게이트부터 가봅니다. 도중에 점심이라도 먹을까 하여 중간에 있는 아랍 식당 앞에서 기웃거려 보았습니다. 영어라고는 하나도 씌어있지 않고, 말을 붙여봐도 영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없습니다. 식당 손님들도 모두 팔레스타인 현지인들뿐인 것처럼 보입니다. 도대체가 이 곳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지역이 아닌가봅니다. 자파 스트리트에 있는 숙소를 잡을 껄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들어가 앉아서 메뉴판을 보며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걸 주문했습니다. 아랍어로 씌어있어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히브리어로 씌어 있어도 마찬가지겠지만. 45세켈. 15000원 정도 되는 금액입니다. (나중에 보니 그다지 비싼 건 아니더군요. 이스라엘에서는 외식비가 꽤 부..
2020.03.11 -
4 예루살렘 파악하기
예루살렘을 여행하려면, 예루살렘이라는 도시의 전체적 모습을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예루살렘 시티의 한 구석에 오래된 성벽으로 둘러싸인 곳이 있습니다. 그게 올드 시티(Old City)죠. 올드시티는 사각형으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전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사각형.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게이트는 총 8개로, 동서남북면에 2개씩 있는 셈입니다. (8개 게이트 중 템플 마운트의 입구인 골든 게이트는 출입할 수 없음) 방문자들이 주로 드나들게 되는 게이트는 자파 게이트(서벽), 덩 게이트(남벽), 라이온 게이트(동벽), 다마스커스 게이트(북벽) 등입니다. 사각형의 가로는 약 1km 정도지만, 올드시티 내에서 실제로 걸어보면 그 정도의 거리를 걷는데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
2020.03.11 -
3 도착 - 나그네의 마음
출발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국내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모두들 서서히 걱정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홍콩 공항에서 경유하는 3시간 동안에도 가급적 외딴 자리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여행중 고생할까봐. 홍콩부터 텔아비브까지도 시간이 참 많이 걸립니다. 좌석이 더 좁고 답답하지만, 직행을 탈껄 그랬나 싶습니다.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한 것은 아파트 문을 나선 후 거의 20시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이스라엘 공항은 입국심사시에도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나홀로 여행객, 그 중에서도 남자에게는 질문이 많고, 심지어 가방 수색도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입국심사대를 앞에 두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무슨 꼴을 당하더라도 하나..
2020.03.11 -
12 통곡의 벽과 청개구리
Western Wall. 사진으로 너무나 많이 봐왔던 곳입니다. 올드시티 중에서도 매우 낮은 곳에 있습니다. 유태인 구역에서 Western Wall을 가려면 내리막 계단을 꽤나 내려가야 합니다. 가방까지 검사하는 철창 검문소도 통과해야 합니다. 예루살렘 성벽 중에 남아 있는 서쪽 벽 앞에서, 유태인들은 몸을 흔들며 애타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무너져 버린 성벽을 애곡하는 의식이, 그들에게는 어느 덧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통곡의 벽Wailing Wall이라고도 합니다. 분위기가 참 오묘합니다. 왠지 저도 따라 울어야 할 것같은 느낌도 듭니다. 벽 앞에서 애타게 기도하는 유태인들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비가 오면 운다는 청개구리가 생각났습니다. 늘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반대로만 행동하는..
2020.03.10